주식만 하던 사람이 처음 채권을 사서 가장 당황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안전자산이라며 왜 -20%지?" 실제로 2022년 미국 장기채 ETF는 한 해에 약 -30% 하락했습니다. 채권은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닙니다. 금리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자산입니다. 원리는 하나만 알면 됩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시소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왜 채권값이 떨어지나
연 3% 이자를 주는 10년 만기 채권을 샀다고 해봅시다. 다음 날 시장 금리가 4%로 올라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연 4%를 줍니다. 그러면 내 3%짜리 채권을 제값에 사줄 사람이 없습니다. 새 채권과 비슷한 수익이 날 때까지 가격을 깎아야 팔립니다. 반대로 금리가 2%로 내리면 내 3%짜리가 귀해져 웃돈이 붙습니다.
금리 ↑ → 채권 가격 ↓ / 금리 ↓ → 채권 가격 ↑
채권 수익은 이자 + 가격 변동으로 이뤄집니다. 개별 채권을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가격 변동은 사라지고(부도가 없다면 원금 회수), 매수 시점의 만기수익률(YTM)에 가까운 수익이 확정됩니다. 중간에 팔 때만 금리 변화가 손익으로 드러납니다.
듀레이션: 얼마나 흔들리는지 알려주는 숫자
듀레이션은 채권의 금리 민감도입니다. 금리가 1%p 움직이면 가격은 대략 듀레이션(%)만큼 반대로 움직입니다.
| 채권 유형 | 듀레이션 (대략) | 금리 1%p 상승 시 | 금리 1%p 하락 시 |
|---|---|---|---|
| 초단기채 (만기 1년 이내) | 0.5년 | 약 -0.5% | 약 +0.5% |
| 중기 국채 (만기 5년) | 약 4.5년 | 약 -4.5% | 약 +4.5% |
| 장기 국채 (만기 10년) | 약 8년 | 약 -8% | 약 +8% |
| 초장기 국채 (만기 30년) | 약 17~20년 | 약 -17~20% | 약 +17~20% |
2022년이 이 표의 실전판이었습니다. 미국 10년물 금리가 연초 약 1.5%에서 연말 약 3.9%로 치솟자, 듀레이션이 긴 장기채 ETF는 약 -30%, 미국 채권 시장 전체도 -13% 안팎 하락했습니다. 수십 년 만의 최악의 해였습니다.
듀레이션은 리스크 다이얼입니다. 짧으면 예금에 가까운 안정성을 얻고, 길면 사실상 금리 방향에 베팅하는 셈입니다. 채권을 고를 때는 "국채냐 회사채냐"보다 먼저 "듀레이션이 몇 년이냐"를 확인하세요.
두 번째 리스크: 신용
같은 만기라도 발행자에 따라 금리가 다릅니다. 부도 위험이 클수록 더 높은 이자(스프레드)를 줍니다.
- 국채: 부도 위험이 사실상 없음. 금리 리스크만 존재
- 우량 회사채 (AA 이상): 국채보다 약간 높은 금리, 신용 리스크 낮음
- 하이일드(투기등급): 높은 금리, 대신 경기침체 때 주식처럼 급락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에 기대하는 역할이 "주식이 빠질 때 버텨주는 것"이라면 안전자산 슬롯은 국채·우량채로 채워야 합니다. 하이일드는 이름만 채권일 뿐, 위기 때 주식과 같이 움직입니다.
개인이 채권을 사는 방법과 세금
| 구분 | 채권 ETF (국내 상장) | 개별 채권 직접 매수 |
|---|---|---|
| 만기 | 없음 (편입 채권을 계속 교체) | 있음 |
| 만기 보유 시 원금 | 개념 없음 (가격 변동 지속) | 부도 없으면 회수 |
| 매매차익 세금 | 배당소득세 15.4% | 비과세 (이자에만 15.4%) |
| 연금저축·IRP·ISA | 가능 | ISA(중개형) 가능, 연금계좌는 증권사별 상이 |
| 편의성 | 주식처럼 1주 단위 매매 | 종목·만기·신용등급 직접 선별 필요 |
국내에서 개인이 직접 산 채권은 매매차익이 비과세이고 이자에만 과세됩니다. 그래서 금융소득이 많은 투자자들이 저쿠폰 국채를 선호합니다. 과거에 낮은 표면금리로 발행돼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국채를 사면 수익의 대부분이 비과세인 가격 상승분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만기수익률이 같다면 세후 수익률은 고쿠폰 채권보다 높아집니다.
반대로 연금계좌 안에서 자산배분을 하거나 소액으로 분산하려면 채권 ETF가 훨씬 편합니다. 만기가 정해진 목돈이라면 둘의 장점을 섞은 만기매칭형 채권 ETF도 선택지입니다.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이 하는 일
채권의 역할은 두 가지입니다.
- 쿠션: 경기침체형 하락장(2008년, 2020년 초)에서는 주식이 급락할 때 금리 인하 기대로 국채 가격이 올랐습니다. 손실을 완충하고, 싸진 주식을 살 리밸런싱 실탄이 됩니다.
- 현금흐름: 이자가 꾸준히 들어옵니다.
주식 60 : 채권 40 포트폴리오로 두 가지 하락장을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 시나리오 | 주식 | 채권 | 60/40 포트폴리오 |
|---|---|---|---|
| 경기침체형 하락 | -40% | +5% | 약 -22% |
| 인플레이션형 하락 (2022) | -18% | -13% | 약 -16% |
한계도 분명합니다. 채권은 성장 쇼크에는 강하지만 인플레이션 쇼크에는 약합니다. 물가가 뛰어 금리가 급등하는 국면에서는 주식과 함께 빠집니다. 그래서 채권 하나로 방어를 끝내기보다 금이나 현금성 자산과 나눠 담는 분산이 권장됩니다.
실전 가이드
- 목적별로 듀레이션을 고르세요. 1
2년 안에 쓸 돈은 초단기채나 파킹형, 포트폴리오 방어용은 중기 국채(듀레이션 58년), 금리 하락 베팅은 장기채입니다. 장기채를 산다면 베팅이라는 사실은 알고 들어가세요. - 미국 채권은 환헤지형이 일반적입니다. 채권은 기대수익이 낮아서 환율 변동이 수익을 압도하기 쉽습니다. 이유는 환헤지 vs 언헤지 글에서 다뤘습니다.
- IRP의 안전자산 30% 슬롯에 채권이 제자리입니다. IRP는 위험자산을 70%까지만 담을 수 있으니, 남은 30%를 예금으로 방치하지 말고 국고채·미국채 ETF로 채우세요. 자세한 내용은 퇴직금 IRP 가이드에 있습니다.
- 비중은 나이와 감내 가능한 낙폭으로 정하고 연 1회 복원하세요. 금리 전망을 맞추려 채권 비중을 자주 바꾸는 것은 대부분 손해로 끝납니다.
정리
- 금리와 채권값은 시소이고, 듀레이션은 그 시소의 길이입니다. 길수록 크게 흔들립니다.
- 안전자산 슬롯은 국채·우량채로 채우세요. 하이일드는 위기 때 주식과 같이 움직입니다.
- 개별 채권은 매매차익이 비과세, 채권 ETF는 과세이지만 편리합니다. 계좌와 목적에 맞춰 고르세요.
내 주식·채권 금액과 목표 비중(예: 60:40)을 리밸런싱 계산기에 넣으면 무엇을 얼마나 사고팔아야 하는지 바로 나옵니다. 출발점이 될 비중은 투자비율 계산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채권 금리·수익률 정보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국고채 금리 추이
- 한국거래소: 장내 채권·채권 ETF 정보
- 금융감독원 파인: 채권 투자 유의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