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이나 적금 만기로 목돈이 생기면 누구나 같은 고민을 합니다. 대출을 먼저 갚을지, 투자를 할지. 결론부터 말하면 대출 상환은 대출금리만큼의 확정 수익률을 주는 상품입니다. 투자가 이기려면 세금을 뗀 기대수익률이 대출금리보다 높아야 하고, 그 차이도 변동성을 감수할 만큼 커야 합니다. 실제 숫자로 따져봅니다.
대출 상환 = 세금 없는 확정 수익
금리 연 4.5% 대출을 3,000만 원 갚으면 매년 그 돈에 붙을 이자 4.5%가 사라집니다. 수익률로 보면 이렇습니다.
- 세금이 없습니다. 투자 수익은 15.4%(일반계좌) 과세 대상이지만, 아낀 이자에는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 변동성이 없습니다. 시장이 -30%가 되든 +30%가 되든 절감되는 이자는 똑같습니다.
그래서 비교 대상은 "연 4.5% vs 주식 기대수익률 7~8%"가 아니라 "연 4.5% 확정 vs 세후·위험 조정 후 기대수익률"입니다.
시뮬레이션: 잔액 2억, 금리 4.5%, 남은 기간 20년
조건: 원리금균등 상환, 월 상환액 약 126만 5천 원, 남은 기간의 총이자 약 1억 370만 원. 여윳돈 3,000만 원이 생겼습니다.
- A. 중도상환: 3,000만 원을 갚고 월 상환액은 그대로 유지합니다. 대출이 약 15년 8개월 만에 끝나 4년 4개월이 단축되고, 이자는 약 3,680만 원 줄어듭니다. 완납 뒤 남은 4년 4개월 동안에는 매달 내던 126만 5천 원을 투자합니다.
- B. 투자: 3,000만 원을 20년 동안 굴리고, 대출은 원래대로 20년간 갚습니다.
두 방법 모두 매달 나가는 돈은 같습니다. 20년 뒤 남은 자산을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 연 투자수익률 | A. 상환 후 적립 | B. 일시 투자 | 유리한 쪽 |
|---|---|---|---|
| 3% | 약 7,020만 원 | 약 5,460만 원 | 상환 (+1,560만 원) |
| 4.5% | 약 7,250만 원 | 약 7,370만 원 | 사실상 같음 |
| 6% | 약 7,490만 원 | 약 9,930만 원 | 투자 (+2,440만 원) |
| 8% | 약 7,830만 원 | 약 1억 4,780만 원 | 투자 (+6,950만 원) |
비과세 계좌 기준, 수익률은 매년 일정하다고 가정했습니다.
손익분기 수익률은 비과세 계좌에서 약 4.4%로, 대출금리와 거의 같습니다. 일반계좌에서 수익에 15.4%를 과세하면 손익분기가 약 4.9%로 올라갑니다. 같은 4.5% 수익률도 일반계좌에서는 상환이 이깁니다(A 약 7,150만 원 vs B 약 6,690만 원).
표만 보고 투자를 고르면 안 되는 이유
표의 6%와 8%는 평균이 그렇게 나왔을 때의 결과입니다. 20년 동안 -30% 하락장을 한두 번 겪는 것은 흔한 일이고, 하필 돈이 필요한 시점에 계좌가 반토막일 수도 있습니다. 상환 쪽의 3,680만 원 절감은 시장이 어떻게 되든 확정입니다.
그래서 실전 기준은 이렇습니다.
- 기대수익률이 손익분기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면 상환이 합리적입니다. 위험을 지고 얻는 대가가 너무 작습니다.
- 2%p 이상 여유가 있고 20년을 버틸 수 있을 때 투자 쪽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반대로 투자 쪽에도 숫자에 안 잡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유동성입니다. 갚은 돈은 다시 빌리기 어렵고(그때의 금리·한도·규제로 다시 심사받습니다), 투자한 돈은 급할 때 팔 수 있습니다.
판단 순서: 이 순서대로 돈을 보내세요
- 비상금이 먼저입니다. 월 지출 3~6개월치가 없다면 상환도 투자도 하지 마세요. 상환은 유동성을 없애고, 투자는 급할 때 손실을 확정시킵니다. 순서는 사회초년생 돈 관리 순서 글에 정리해두었습니다.
- 연 7%가 넘는 고금리 부채는 무조건 상환합니다. 신용대출·카드론·리볼빙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세후 7% 이상을 확정적으로 주는 투자처는 사실상 없습니다.
- 연금저축 세액공제 한도를 채웁니다. 납입액의 13.2~16.5%를 연말정산에서 확정적으로 돌려받으므로 대부분의 대출금리보다 높습니다. 다만 55세까지 묶이는 돈이라는 점은 감안하세요. 연금저축펀드 가이드
- 그다음에 대출금리와 세후 기대수익률을 비교합니다.
- 연 3% 이하 저금리 대출(정책 대출 등): 투자 쪽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 연 4~5%대: 어느 쪽이든 차이가 작습니다. 절반 상환·절반 투자가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 연 6% 이상: 상환을 우선합니다.
중도상환 전에 확인할 3가지
- 중도상환수수료: 보통 대출 실행 후 3년 이내에 갚으면 부과됩니다. 최근 금융권 수수료가 실비용 중심으로 개편되어 부담이 줄었지만 대출마다 조건이 다르니 약정서를 확인하세요. 3년이 거의 다 됐다면 그 시점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습니다.
- 이자 소득공제: 주택담보대출 이자상환액 소득공제를 받고 있다면 실질 금리가 표면 금리보다 낮습니다. 공제분만큼 상환의 매력이 줄어드니 연말정산에서 실제 공제액을 확인하세요.
- 기간 단축 vs 월 상환액 감소: 이자만 보면 월 상환액을 유지하고 기간을 줄이는 쪽(위 예시에서 약 3,680만 원 절감)이, 기간을 유지하고 월 상환액을 낮추는 쪽(약 1,560만 원 절감)보다 훨씬 많이 아낍니다. 대신 후자는 매달 약 19만 원의 여유가 생깁니다. 재산정 방식은 은행마다 다르니 상환 전에 문의하세요.
애매하면 반반
금리 4~5%대라면 어느 쪽을 골라도 20년 뒤 결과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절반 상환, 절반 투자가 좋은 답입니다. 시장이 좋으면 투자한 절반이, 나쁘면 상환한 절반이 위안이 됩니다. 기대수익을 최대로 늘리는 방법은 아니지만, 어느 시나리오에서도 크게 후회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정리
- 대출 상환은 대출금리만큼의 세금 없는 확정 수익률입니다.
- 금리 4.5% 대출이라면 투자가 이기는 손익분기 수익률은 비과세 계좌에서 약 4.4%, 일반계좌에서 약 4.9%입니다. 위험을 감안하면 그보다 여유 있게 높아야 합니다.
- 비상금 → 고금리 부채 상환 → 연금저축 공제 → 금리 비교 순서로 판단하고, 애매하면 반반으로 나누세요.
내 대출의 월 상환액과 총이자는 대출 계산기에서 잔액·금리·남은 기간을 넣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돈을 투자했을 때의 결과는 복리 계산기로 비교해보세요.
시뮬레이션은 투자수익률이 매년 일정하고, 일반계좌 세금은 20년 뒤 수익에 한 번에 부과된다고 단순화한 결과입니다. 실제 결과는 수익률 경로와 계좌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참고 자료
- 금융감독원 파인: 대출 중도상환수수료·금리 비교
-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은행별 대출금리·중도상환수수료 공시
- 국세청: 주택자금 이자상환액 소득공제 요건